[동아일보] 돌산에 가로막힌 성장… 여수산단 녹지해제 석달째 표류

작성자
eco-research
작성일
2015-02-10 17:42
조회
345

돌산에 가로막힌 성장… 여수산단 녹지해제 석달째 표류

기사입력 2013-10-15 03:00:00 기사수정 2013-10-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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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설비 사이로 ‘섬’처럼 녹지가 자리 잡고 있다. 여수 산단 내 기업들은 파이프로 공장들이 연결되는 장치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공단 내 녹지를 해제해 공장을 증설하는 대신 주변에 대체녹지를 조성하게 해달라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고 있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대통령이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선거 이후로 넘어가면 물 건너갔다고 봐야죠.”(여수 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 관계자)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7월 11일 열린 2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공장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나왔다. 녹지 일부를 해제해 공장을 짓도록 하고 기업이 대체녹지를 조성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녹지 규제가 풀리면 5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여수산단 녹지규제 해제 안건은 ‘정상추진 중’이라고 보고됐다.

대책이 나온 지 100일 가까이 됐지만 현지 기업들 사이에선 “이번에도 힘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 녹지 해제 결정 못하고 있는 여수시

여수 지역 환경단체들은 정부 발표 뒤 녹지 해제에 반대하고 나섰다.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8월부터 매주 월요일 여수시청 앞에서 “청와대와 여수시, 입주기업들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채 턱없이 부족한 녹지를 더 줄이려 하고 있다”며 녹지 해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공장용지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도 맞지만 시 입장에선 시민단체 요구나 여수 시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무조건 기업 요구대로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1월 발주한 녹지 해제 기준 마련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12일 만에 중단한 뒤 아직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얼마나 녹지를 해제할지, 어디를 해제해야 할지는 용역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무적인 판단 문제”라며 “이게 결정되지 않아 일단 용역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수산단 내 녹지를 공장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은 7월 정부 발표 이전에도 수차례 추진됐다. 파이프로 원료와 제품 등이 오가는 화학공장 특성상 공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비를 증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암반으로 이뤄져 사실상 녹지 기능을 상실한 이른바 ‘돌산’을 녹지에서 해제해 달라고 2009년부터 건의했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반려됐다. 녹지 해제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정부 역시 지자체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7월 19일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여수시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지자체에 ‘정부가 어떤 걸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현 단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고 털어놨다.


○ 제대로 진척 안 되는 규제 완화 대책들

여수산단 내 녹지 해제뿐 아니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규제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야당이나 지자체 등의 반발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안건이 적지 않다.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을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세울 수 있게 하는 ‘관광진흥법’이나 외국인과의 합자법인 설립을 막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이 대표적이다. 1, 2차 회의에서 나온 규제완화 과제 79건 중 완료된 것은 15건에 불과하다.

법령 재개정이 필요한 사안 24건 중 정부가 애초 발의하거나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일정을 넘긴 사안은 ‘산업입지법’과 ‘마리나법’ 등 5건이다. 관계부처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산업단지 개발 때 중소기업중앙회나 산하 협동조합에도 사업 시행사 자격을 부여하는 산업입지법은 9월 중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발의가 되지 않았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중앙회가 경기 파주시에 15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건의했던 것이다. 마리나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리나 선박 대여업, 보관업 등의 업종별 등록기준을 마련하는 마리나법 역시 7월 중 발의하기로 했지만 아직 발의가 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령 제정이나 개정에 애초 계획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건이 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